올트먼도 19세때 창업…'억만장자 학부생' 쏟아낸 비결은 강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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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3 18:01 수정2025.02.24 10:04 지면A27
DEEP INSIGHT
美 스탠퍼드·MIT·올린공대는 어떻게 '창업 메카' 됐나
MIT, 학생들에 '실제문제' 해결
1969년부터 年 6천개 프로젝트
졸업생 91%가 최소 한번 참여
단순 강의 넘어 문제해결력 길러
'몸값 100조 핀테크' 등 배출시켜
스탠퍼드 창업가 투자금만 115조
기업들과 파트너십 통해 인턴십
창의적 아이디어 실제 적용 기회
학부 졸업생 창업기업 총 1547곳
투자금액은 하버드 제치고 1위
‘페이팔 마피아’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맥스 레브친은 대학(일리노이대 어바나섐페인) 재학 시절인 1998년에 첫 창업에 도전했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다.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도 각각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중퇴하고 2010년 스트라이프를 세웠다. 서른 살에 오픈AI를 창업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에 입학하고 1년도 안 된 열아홉 살 때 첫 번째 회사를 일으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고교 시절을 지내고,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스물네 살에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 열기에 올라탔다.
우리식 표현으로 ‘소년 급제’에 성공한 미국 창업가 사례를 모두 열거하려면 수백 쪽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피치북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세계 대학의 학부 졸업생 창업자 수(10년간 벤처캐피털을 모금한 동문 기업가 수 기준)는 미국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1~10위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를 제외한 9곳이 모두 미국 대학이다. 스탠퍼드대만 해도 학부 졸업생이 세운 기업이 1547곳이고, 이들이 모은 투자금은 801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한다.
학부 창업이 많은 대학의 공통점
올트먼도 19세때 창업…'억만장자 학부생' 쏟아낸 비결은 강의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은 대학 강의 혁신이다. ‘21세기 세상을 바꾼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칭송받는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의미한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경험, 경험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고찰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불편함과 비효율 등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의성인 것이다. 창의성이 문제해결 능력에 기반을 뒀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은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지식과 경험을 연결 지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인슈타인도 “배운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그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하는 경험 교육을 위해 대학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미국 대학의 교육혁신 플랫폼을 살펴보자. MIT UROP(Undergraduate Research Opportunities Program)가 대표 사례다. 1969년 시작된 UROP는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전공에 관해서도 탐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6000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졸업생의 91%가 학부 과정 동안 최소 한 번은 UROP에 참여했다.
제10대 스탠퍼드대 총장(2000~2016)을 지낸 J 헤네시는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교육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은 시간이 흐르면 바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졸업 후 새로운 분야(기술)를 빨리 배우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과 사회변화에 따라 학습한 지식과 경험을 적용하고 확장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탠퍼드대가 1993년 ‘미래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PBL을 도입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PBL의 P는 문제, 프로젝트, 제품, 과정, 인재 기반 학습을 뜻한다. 다양한 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학생에게 실제 현장의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 역시 대학 인재에게 자사를 홍보하고 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할 기회를 확보해 대학과 기업이 ‘윈윈’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올린공대의 혁신에서 배워야
학생 대부분이 참여하는 교육혁신 플랫폼을 갖춘 대학이 한국에 있는지 궁금하다. MIT 같은 세계 최우수 대학도 학생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국 대학은 어떤지 뒤돌아봐야 한다.
대학은 오랜 기간 지식 전달을 넘어 지식 창출의 요람으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에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하고, 박사 학위 소지자가 기업으로 진출하면서 기업의 연구 경쟁력이 대학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가 많아졌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거칠어지며 대학의 위기가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지식 전달 기관으로서 대학의 수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학 특성에 맞는 연구 혁신도 중요하지만, 교육 혁신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측면에서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대학이 정부 출연 연구소, 기업체 연구소와 다른 것은 학생이 있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대학은 여전히 교수 업적 평가를 연구 중심으로 진행한다. 우수한 연구 결과물(논문, 연구비, 기술이전, 창업 등)을 생산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작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교육은 승진, 승급에 필요한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그만이다. 강의 혁신을 꾀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얘기다.
2002년 첫 신입생을 받아 학부만으로 운영되는 올린공대는 미국 대학의 교육 혁신이 창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명한다. 졸업 후 10년이 지난 졸업생의 진로를 추적한 결과 2012년 졸업생의 40%, 2013년 졸업생의 21%가 벤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시절부터 졸업할 때까지 교육을 통해 기업이 제공하는 실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다.
리처드 밀러 올린공대 초대 총장은 20년 넘게 총장직을 지내며 미국 공학교육 혁신의 상징이 됐다. 그가 개발한 핵심 교육 프로그램이 4학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SCOPE(Senior Capstone Project in Engineering)다. 기업이 당면한 실제 문제와 관련해 학부 교육 과정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기반으로 학생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스코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연간 6만달러의 후원 비용을 대학에 제공한다. 여기에서 나온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지식재산권(IP)은 기업이 100% 소유한다. 매년 참가 기업 수가 변하지만 통상 11∼15곳이 스폰서로 참여한다.
올린공대 사례를 보면 학생의 사회 진출 경쟁력을 증진하려면 커리큘럼 구성보다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학습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현하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것이 올린공대의 모토다. 한국 대학도 학생의 사회 진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일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 반발이 예상되지만 학생을 위한 ‘아름다운 규제’라는 점을 교수들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도 대학 졸업생의 직무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산·학 연계 교육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학은 개혁하고, 기업은 응답할 때다.
DEEP INSIGHT
美 스탠퍼드·MIT·올린공대는 어떻게 '창업 메카' 됐나
MIT, 학생들에 '실제문제' 해결
1969년부터 年 6천개 프로젝트
졸업생 91%가 최소 한번 참여
단순 강의 넘어 문제해결력 길러
'몸값 100조 핀테크' 등 배출시켜
스탠퍼드 창업가 투자금만 115조
기업들과 파트너십 통해 인턴십
창의적 아이디어 실제 적용 기회
학부 졸업생 창업기업 총 1547곳
투자금액은 하버드 제치고 1위
‘페이팔 마피아’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맥스 레브친은 대학(일리노이대 어바나섐페인) 재학 시절인 1998년에 첫 창업에 도전했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다. 패트릭·존 콜리슨 형제도 각각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중퇴하고 2010년 스트라이프를 세웠다. 서른 살에 오픈AI를 창업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에 입학하고 1년도 안 된 열아홉 살 때 첫 번째 회사를 일으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고교 시절을 지내고,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스물네 살에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 열기에 올라탔다.
우리식 표현으로 ‘소년 급제’에 성공한 미국 창업가 사례를 모두 열거하려면 수백 쪽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피치북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세계 대학의 학부 졸업생 창업자 수(10년간 벤처캐피털을 모금한 동문 기업가 수 기준)는 미국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1~10위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를 제외한 9곳이 모두 미국 대학이다. 스탠퍼드대만 해도 학부 졸업생이 세운 기업이 1547곳이고, 이들이 모은 투자금은 801억달러(약 115조원)에 달한다.
학부 창업이 많은 대학의 공통점
올트먼도 19세때 창업…'억만장자 학부생' 쏟아낸 비결은 강의혁신창업 활성화를 위한 기본은 대학 강의 혁신이다. ‘21세기 세상을 바꾼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으로 칭송받는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의미한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경험, 경험에 대한 더 많은 생각과 고찰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불편함과 비효율 등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의성인 것이다. 창의성이 문제해결 능력에 기반을 뒀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의미에서 창의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교육은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지식과 경험을 연결 지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인슈타인도 “배운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그저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해결 능력을 증진하는 경험 교육을 위해 대학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한 미국 대학의 교육혁신 플랫폼을 살펴보자. MIT UROP(Undergraduate Research Opportunities Program)가 대표 사례다. 1969년 시작된 UROP는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전공에 관해서도 탐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약 6000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졸업생의 91%가 학부 과정 동안 최소 한 번은 UROP에 참여했다.
제10대 스탠퍼드대 총장(2000~2016)을 지낸 J 헤네시는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교육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은 시간이 흐르면 바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졸업 후 새로운 분야(기술)를 빨리 배우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과 사회변화에 따라 학습한 지식과 경험을 적용하고 확장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탠퍼드대가 1993년 ‘미래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PBL을 도입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PBL의 P는 문제, 프로젝트, 제품, 과정, 인재 기반 학습을 뜻한다. 다양한 산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학생에게 실제 현장의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기업 역시 대학 인재에게 자사를 홍보하고 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에 적용할 기회를 확보해 대학과 기업이 ‘윈윈’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올린공대의 혁신에서 배워야
학생 대부분이 참여하는 교육혁신 플랫폼을 갖춘 대학이 한국에 있는지 궁금하다. MIT 같은 세계 최우수 대학도 학생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국 대학은 어떤지 뒤돌아봐야 한다.
대학은 오랜 기간 지식 전달을 넘어 지식 창출의 요람으로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한국에 세계적인 기업이 등장하고, 박사 학위 소지자가 기업으로 진출하면서 기업의 연구 경쟁력이 대학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가 많아졌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점점 거칠어지며 대학의 위기가 증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 지식 전달 기관으로서 대학의 수명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학 특성에 맞는 연구 혁신도 중요하지만, 교육 혁신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측면에서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대학이 정부 출연 연구소, 기업체 연구소와 다른 것은 학생이 있는 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대학은 여전히 교수 업적 평가를 연구 중심으로 진행한다. 우수한 연구 결과물(논문, 연구비, 기술이전, 창업 등)을 생산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작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교육은 승진, 승급에 필요한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그만이다. 강의 혁신을 꾀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얘기다.
2002년 첫 신입생을 받아 학부만으로 운영되는 올린공대는 미국 대학의 교육 혁신이 창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증명한다. 졸업 후 10년이 지난 졸업생의 진로를 추적한 결과 2012년 졸업생의 40%, 2013년 졸업생의 21%가 벤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생 시절부터 졸업할 때까지 교육을 통해 기업이 제공하는 실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다.
리처드 밀러 올린공대 초대 총장은 20년 넘게 총장직을 지내며 미국 공학교육 혁신의 상징이 됐다. 그가 개발한 핵심 교육 프로그램이 4학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SCOPE(Senior Capstone Project in Engineering)다. 기업이 당면한 실제 문제와 관련해 학부 교육 과정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기반으로 학생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스코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은 연간 6만달러의 후원 비용을 대학에 제공한다. 여기에서 나온 혁신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지식재산권(IP)은 기업이 100% 소유한다. 매년 참가 기업 수가 변하지만 통상 11∼15곳이 스폰서로 참여한다.
올린공대 사례를 보면 학생의 사회 진출 경쟁력을 증진하려면 커리큘럼 구성보다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학습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현하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라 혁신적 아이디어일 뿐’이라는 것이 올린공대의 모토다. 한국 대학도 학생의 사회 진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일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 반발이 예상되지만 학생을 위한 ‘아름다운 규제’라는 점을 교수들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도 대학 졸업생의 직무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산·학 연계 교육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대학은 개혁하고, 기업은 응답할 때다.
노정석 대표 - 2025-03-11 (ㅁㅁㅁㅁ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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